동화적 사랑 이야기로 익숙한 고전 발레 ‘백조의 호수’가 치밀한 심리 드라마로 재탄생해 내년 봄 한국 관객과 만난다. 공연기획사 라보라 예술기획과 영앤잎섬에 따르면 세계 정상급 발레단인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은 2026년 5월 16~17일 이틀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백조의 호수(LAC)’를 선보인다.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내한 공연은 2023년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3년 만이다.
이번 작품을 이끄는 예술감독은 현대 발레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다. 그는 무용수의 움직임 자체에 감정과 서사를 밀도 있게 담아내는 독창적인 안무로, 언어나 설명이 아닌 춤을 통해 인물의 심리와 이야기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안무가로 알려져 있다.
마이요는 2001년 니진스키상, 2008년 무용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안무가상, 2015년 러시아 골든 마스크상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2018년에는 로잔 콩쿠르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이러한 수상 이력은 그가 현대 발레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잘 보여준다.
이번에 무대에 오르는 ‘백조의 호수’는 차이콥스키의 고전 발레를 마이요 특유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2011년 초연됐다. 전통적인 선악 구도와 낭만적 사랑 이야기를 과감히 벗어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가족 내 갈등, 흑과 백으로 대비되는 인간 내면의 충돌을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한다. 호수는 사랑의 배경이 아니라 사건의 본질과 기억이 응축된 공간으로 설정되며, 왕자의 심리적 균열과 성장을 따라가는 심리극으로 변주된다.
이번 공연에는 한국 출신 수석 무용수 안재용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 그는 2016년 한국인 최초로 몬테카를로 발레단에 입단한 뒤 이듬해 세컨드 솔리스트, 2019년 수석 무용수로 승급하며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현재 발레단에는 이수연, 신아현 등 한국 무용수들도 함께 활동 중이다.
라보라 예술기획 관계자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레퍼토리 가운데 가장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라며 “마이요는 흑과 백, 선과 악, 순수와 에로티시즘 사이에서 흔들리는 왕자의 모습을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