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김중만이 남긴 10년의 기록이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관객을 만난다. 3일부터 2월 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김중만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작업실로 향하던 길에서 마주친 이름 없는 거리의 나무들을 담은 연작 ‘스트리트 오브 브로큰 하트(STREET OF BROKEN HEART, 상처 난 거리)’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한겨울 부러지고 뒤틀린 나무 한 그루와 마주한 2004년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그는 사진을 찍기 전, 나무에게 먼저 허락을 구했지만 곧바로 셔터를 누르지 않았다. 상처 입은 나무의 모습이 자신의 내면과 겹쳐졌고, 나무의 고통에 공감하게 되기까지 4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김중만은 2008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촬영을 시작했고, 이후 9년간 태풍과 인간의 개입으로 훼손된 나무들이 회복과 치유의 시간을 견뎌내는 과정을 수천 장의 흑백사진으로 기록했다.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은 일반적인 풍경사진의 수평 구도를 벗어나 인물사진에서 주로 사용하는 수직 앵글을 택했다. 이는 나무를 배경이나 사물로 바라보지 않고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는 작가의 태도를 반영한다. 대형 한지에 인화된 흑백 사진은 수묵화를 떠올리게 하는 질감을 지니며, 화면 곳곳에 등장하는 검은 새는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는 긴장감을 더한다.

김중만은 이 연작을 통해 현대 사진에서 흔히 보이는 사회학적 분석이나 비판적 시선 대신, 상처 입은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샤머니즘적이고 인도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아픔을 파헤치기보다 그 존재 자체를 긍정하며, 예술이 인간에게 어떤 위로와 구원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이번 전시는 2006년 고 김점선 화가와 함께한 전시 이후 약 20년 만에 열리는 회고적 성격의 자리이기도 하다. 도시의 변두리에서 발견한 나무들의 강인한 생명력은 관객들에게 각자의 내면에 남은 상처를 돌아보고, 조용히 위로받는 시간을 제안한다.